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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ssay

[사진에세이 4]시간이 멈춘곳,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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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4]시간이 멈춘곳,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전라북도와 충청남도를 잇는 관문역활을 하는 도시인 군산. 옛 군산세관, 일본풍의 건축물인 히로쓰 가옥, 국내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성당 등 여러 볼거리가 있지만 그중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철길마을'이다. 이곳에는 여느 골목과는 다른 특이한 골목길이 존재한다. 구암3.1로를 타고 가다보면 대로변으로 판잣집들이 늘어서있고, 그 판잣집들은 철길과 이웃해있는 풍경이다. 철길이 이 마을의 골목길이 되는 셈이다. 행정구역상 명칭은 경암동, 이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철길마을이라 불린다.



  철길마을의 모습. 집들 사이로 철길이 지나간다.



  이곳에서 철길은 골목길의 역활을 하고있다.



철길, 생활의 일부


오래 전, 경암동 일대는 육지가 아닌 바다였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이 부근이 매립되었고, 제지공장이 세워지게 되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종이를 군산역으로 옮겨 배에 싣고 일본으로 보내야 했기에 군산역까지 이어지는 철길도 놓이게 되었다. 광복 이후, 주인이 없어진 이곳 땅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집을 짓고 살아가기 시작하였다. 철길마을의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곳 철길에 기차가 마지막으로 지나간건 2008년. 3km남짓의 철길에 하루 네번 화물열차가 지나갈때면 온 동네에는 긴장감이 가득해졌다. 멀리서 기적소리가 들려오면 주민들은 널어놓았던 빨래를 걷고, 햇빛을 쪼이던 화분을 들여놓고, 놀러나간 강아지를 불러들였다. 엄연한 주택가이다보니 기차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시속 10km정도로 운행했다. 열차 수행원들은 호루라기를 불고 뛰어다니며  국내 유일의 '골목길'을 정리한다. 기차가 지나가고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나면 철길은 다시 주민들의 차지이다. 시간속에서 철길과의 공존을 체득한 것이다. 



  철길 옆 텃밭을 가꾸고계신 할머니. 



  컨테이너에 걸쳐있는 미끄럼틀이 이색적이다.


  열차운행이 중단된 이후로 철길은 온전히 주민들의 차지가 되었다.




시간이 멈춘 곳


이곳에는 50여채의 집이 모여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떠나가고, 지금은 소수의 주민들만이 철길마을을 지키고 있다. 개발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이곳 철길을 걷다보면 1970년대의 시간을 걷고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마음속 고향,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였던 이곳 철길마을은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조용히 잠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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