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항공

항공 차트 : 비행기는 어떻게 길을 찾아갈까?

반응형


비행기는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서도 어떻게 정해진 길을 찾아서 비행하는지 한번쯤 궁금증을 가져보셨을텐데요,

차트(항공용 지도)를 중심으로 비행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목적지까지 비행하는지 아~~주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행기는 이륙부터 착륙까지, 심지어 지상에서의 움직임도 모두 정해진 절차,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규칙을 위반하는 순간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 세계의 항공로 및 각종 절차 등을 기록하고 있는 '차트'라는 문서가 존재합니다.

차트는 얇은 종이에 인쇄된 인쇄물로, 조종사는 자신이 운항할 지역의 차트를 바인더에 끼워 항상 휴대해야 합니다.

요즘은 기술의 발달으로 태블릿 PC등을 이용해 참고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미국의 Jeppesen사에서 발행된 차트와 수납용 바인더)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에서 발행하는 대한민국의 En-route 차트입니다. 딱 봐도 복잡하죠? 

엔루트 차트는 항공로 뿐 아니라 위험지역, 군공역, 레이더 서비스 범위 등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수많은 정보를 담고있기 때문에 매우 복잡합니다. 한반도의 모습, 찾으셨나요?^^

실제 엔루트차트의 인쇄물은 크기가 매우 커서 2~3장만 있어도 벽을 가득 메울정도랍니다.




이제부터 김포-제주 구간을 가정하여 이야기 해보도록 합시다.

비행기는 목적지까지 이륙 - 상승 - 순항 - 하강(접근) - 착륙 의 5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활주로를 이륙한 항공기는 정해진 절차를 따라 상승하며 정해진 항공로에 들어가게 되고, 항로를 따라 순항하다가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정해진 절차를 따라 활주로를 향해 접근한 뒤 착륙합니다.

쉽게 생각하자면, 항공로는 목적지까지 뻗어있는 고속도로이고 

상승절차는 각각 고속도로로 들어가기 위한, 하강절차는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최종 목적지까지 향하는 지선도로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




김포공항의 지상 차트.

가운데에 긴 활주로 2개가 보이고, 중앙 주기장에는 국내선청사가, 북측 주기장에는 국제선 청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외 관제탑과 소방서, 아시아나 항공과 대한항공의 격납고 등의 위치도 확인할 수 있네요.




국내선청사 5번 게이트에 파킹되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바람 방향에 따라 이륙활주로는 32R활주로이고 32R활주로까지 R유도로, P3유도로를 거쳐 A지점으로 향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그림으로 그려보면 이런 경로로 가게 되겠죠?

언뜻 보면 비행기들이 지상에서 규칙없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 각 항공기마다 약속된 경로가 다 지정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공항 내부의 버스, 유조차, 짐차 등의 차량들도 모두 관제소의 통제를 받는다는 사실 ㅎㅎㅎ




처음에 소개해드린 엔루트 차트에서 서울지역을 확대해봤습니다.

김포공항을 이륙했으니 제주공항을 향해 가는 항로를 타야겠죠? 

서울에서 뻗어나오는 항로중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항로는 Y711 항로입니다.

쭉 타고가면 제주도를 지나 대만 등지까지 이어지게 되는 항로에요.




서울 - 제주간 항로는 복선 항로입니다. South bound(남향) 항공기는 Y711 항로를 타고 내려가게 되고, 

반대로 North bound(북향) 항공기는 Y722항로를 타고 서울방향으로 비행하게 되지요.

수년 전만해도 이곳은 B576이라는 단선항로였습니다. 늘어난 교통량을 감당못할정도로 이 항로는 포화상태였는데요,

착륙순서 기다리는 비행기는 아직 수두룩하고 중국, 대만, 홍콩, 제주 등지에서 서울로 입항하는 항공기는 꾸역꾸역 몰려오고... 

남향 항공기를 이륙시키자니 상승하며 입항 대기중인 항공기와 고도가 겹쳐서 충돌위험이 있고... 난감한 상황이 종종 벌어지게 되었죠

이에 2012년, 우리나라 최초의 복선항로가 탄생하게 되고, 덕분에 항공기 수용량도 크게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제주로 향하는 항로인 Y711로 들어가기 위해선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요?

각 공항은 공항마다 정해진 출발절차인 SID(Standard Instrument Departure, 표준 계기 출발절차)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출발항공기를 항로로 올려보냅니다.

김포공항 역시 정해진 SID가 있겠죠? 차트를 확인해보니 이륙 후 2번의 좌선회를 거쳐 당진 상공을 지나

'BULTI'지점에서 Y711항로로 진입하게 되네요. 또한 각 지점마다 고도제한이 적용되는데요,

SS722지점의 경우 무조건 11000피트 이하로 통과해야 하고, 

SS724의 경우는 무조건 13000피트 이상으로 통과하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인접해있기 때문에 두 공항의 항적을 안전하게 분리시키기 위해

엄격한 고도제한이 적용되고 있다고 하네요.





어느덧 시간이 지나 제주공항으로 접근을 시작합니다. 출발절차가 있다면 접근절차도 당연히 존재하겠죠? 

각 공항은 SID와 더불어 정해진 접근절차인 STAR(표준 접근 경로, Standard Terminal Arrival Route)가 존재합니다.

왼쪽에 부채를 펼친듯한 모양의 경로가 인상적이죠? 

이런 절차는 유럽에서 개발된 Point Merge 라는 기법입니다.



이 절차는 보통 교통량이 많은 공항에서 적용됩니다. 

중구난방 몰려온 비행기들의 착륙순서(시퀀스)를 정해서 한 포인트로(merged point) 정리해야 할 때 사용되는데요,

윗 그림의 파란색 부채꼴의 호(시퀀싱 레그, Sequencing leg)를 따라 왼쪽부터 a,b,c,d의 4개 지점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3대의 비행기가 접근중이라 하면, 가장 먼저 도착한 1번 비행기a지점에서 부채꼴의 중심(Merged point)으로 바로 직행하고, 두번째 도착한 2번 비행기는 부채꼴을 따라 비행하다가 b지점에서 부채꼴의 중심으로, 세번째 비행기는 부채꼴을 따라 더 멀리 비행하다가 c나 d지점에서 부채꼴의 중심으로 비행하게 됩니다.

세 항공기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안전한 수준으로 멀어지게 되겠죠.

이 방법을 이용하면 많은 교통량을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되지요^^




부채꼴을 따라 비행한 뒤 부채꼴의 중심인 SINNA지점에서 또다시 선회를 하게 됩니다.

SINNA위 괄호속에 써져있는 IAF최초 접근 지점(Initial Approach Fix)로, 이 지점에서 실질적인 착륙접근이 시작됩니다.

경로를 따라가다 만나게되는 FAF(최종 접근 지점, Final Approach Fix)TEWOO 에 도달하기 전에는 착륙을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여야 하구요.



제주공항 07번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하였고,

P5, G1 지점을 거쳐 10번 게이트로 주기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런식이겠죠?




게이트에 가까워지면 마샬러라고 하는 유도요원의 수신호를 의지하며 천천히 정위치에 맞추기 시작합니다.

위 그림은 비행기 유도시 사용되는 수신호입니다. 

유도요원과 인터폰이 아직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종실과의 의사소통은 전적으로 수신호에 의지하게 되지요




요즘은 마샬러 대신 VDGS(Visual Docking Guidance System)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자동으로 비행기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수박 겉핥기로나마 비행기가 어떤 과정으로 목적지까지 비행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비행기가 한번 뜨기 위해서는 이 내용보다 수백, 수천배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보이지 않는곳에서 수고하시는 수많은 항공 종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겠죠?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