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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4북해도

홋카이도 기차여행 - 10. 느릿느릿 기차여행, 노롯코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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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기차여행 - 10. 느릿느릿 기차여행, 노롯코 열차



이른 아침의 삿포로


아침 6시, 베개속에 넣어놨던 스마트폰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다른 여행객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샤워실로 내려간다.

샤워를 하면서 잠에 취한 정신을 깨우고, 옷을 챙겨입은 뒤 삿포로역을 향해 게스트하우스를 나선다.


아사히카와행 열차 시간은 오전 여덟시. 좀더 여유있게 나와도 되었지만 오도리공원을 산책할 겸 조금 일찍 나왔는데,

아침 7시도 채 되지 않은 이른 아침이다보니 오도리공원에 보이는건 까마귀 몇 마리와 조깅하는사람 몇 명 뿐이다.


  적막한 오도리공원의 나무들 너머로 보이는 TV타워.


느긋하게 오도리공원을 걷고있는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꽤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어쩐지 날씨가 흐리더라니...

할수없이 지하통로를 이용해 삿포로역까지 이동한다.

삿포로 시내는 오도리공원과 삿포로에키마에도리를 따라 지하도가 놓여있어서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슈퍼 카무이 특급 타고 홋카이도의 중심 아사히카와로


오늘은 북해도의 관광열차 '노롯코 열차'를 이용할 예정인데 노롯코 열차는 안타깝게도 삿포로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때문에 노롯코 열차의 출발역인 아사히카와 역까지 특급열차 '슈퍼 카무이'를 타고 한시간 반 정도 이동해야 한다.

아침식사는 기차에서 '에키벤'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삿포로역 1층의 에키벤 가게에서 800엔정도 하는 도시락을 샀다.




  아사히카와까지 이용할 슈퍼카무이 3호.


하코다테에서 3일치의 좌석을 지정석으로 모두 예매해놓았기에 지정석칸인 U시트 차량에 올랐다.

열차에 오르니 특급열차답게 쾌적한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널찍한 시트를 보니 한시간 반 가량의 여정이 무척 편할 듯 하다.


  널찍한 시트. 좌석별로 테이블과 전기콘센트도 구비되어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아침식사를 위해 에키벤을 꺼냈다. 에키벤은 판매하는 역별로 조금씩 다른 메뉴를 취급하고 있는데,

에키벤을 먹기위해 기차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정도라 하니 일본 기차여행의 또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에키벤을 꺼내보니 삿포로역의 에키벤답게 포장지에는 도케이다리와 TV타워, 구 본청사, 클라크박사 등 삿포로의 상징물이 그려져있다.

차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보며 에키벤을 먹고있으니 나름 여유롭고 운치있다. 이래서 다들 에키벤을 찾는구나.


  밥에는 우메보시가 올라가있고, 연어구이와 튀김 등 다양한 반찬이 곁들여져있다.



색다른 기차여행, 노롯코 열차를 만나다


잠이 부족한 탓일까, 에키벤을 다 비우니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자다가 문득 어수선한 분위기에 눈을 뜨니

어느새 열차는 아사히카와역에 진입하고 있었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내릴 준비를 한다.

슈퍼카무이를 내리자마자 어디선가 웅웅대는 소음이 들려온다.

소음의 근원지를 찾고있으니 건너편 승강장에 알록달록한 초록색 디젤기관차가 눈에 들어온다. 아, 노롯코열차구나.


  한시간 반 동안 이용한 슈퍼카무이 열차와 건너편 승강장에 보이는 노롯코 열차.


  노롯코 열차가 출발하기까지는 아직 30분정도 여유가 있으니 사진찍으며 천천히 둘러보기로 한다.


노롯코열차는 오직 홋카이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관광열차로, 우리나라의 V트레인과 비슷한 컨셉의 열차이다.

원래 석탄 운송용 화차로 쓰이던 열차를 객차로 개조했기 때문에 다른 특급열차와 같은 편안한 승차감은 기대할 수 없지만

개방형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홋카이도의 푸른 자연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고

인테리어 또한 현대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레트로 컨셉으로 구성되어, 색다른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열차이다.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 구시로습원 노롯코호, 유빙 노롯코호> 의 3가지 열차가 홋카이도 각지에서 운행되고 있는데,

그 중 오늘 이용할 노롯코 열차는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로, 아사히카와를 출발해 비에이를 거쳐 후라노까지 운행되는 열차이다.

비에이의 푸른 초원과 후라노의 만개한 라벤더밭을 상징하듯, 기관차는 숲과 라벤더그림으로 꾸며져 있었다.


  노롯코 열차의 명판. 트럭의 일본식 발음인 '토롯코'에 느릿느릿이라는 뜻의 '노로노로'가 합쳐져 '노롯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노롯코열차 인증샷!

독특한 컨셉의 열차답게 기관차 앞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열 명 정도 모여있었다.

각자 쓰는 말들을 들어보니 일본어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온 여행객들인듯 하다.

혼자 온 듯한 여행객이 사진을 부탁해서 찍어준 뒤 나도 부탁해서 사이좋게 인증사진을 남겼다.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컨셉의 인테리어



  전망창을 향해 놓여진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풍경을 바라볼 수도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현대식 난방 대신 석탄 난로를 이용해서 난방을 한다고...


어느덧 노롯코열차는 후라노역을 향해 덜컹거리며 출발한다.

아사히카와역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창밖으로 푸른 홋카이도의 자연이 펼쳐진다.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여행하는 기분을 한껏 들뜨게 해준다.



푸른 자연속 작은 간이역, 비바우시역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오늘의 첫 목적지인 '비바우시'역에 도착.

아무것도 없는 초원 한 가운데에 플랫폼만 덩그라니 있는, 말 그대로 '간이역'이다.

인적조차 없는 비바우시역이지만, 비바우시역에서 내린 승객은 의외로 많은 30명 정도. 

비바우시에는 비에이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파노라마로드'가 있는데, 

이 파노라마로드를 버스로 돌아보는 패키지 관광객들이 주를 이루는 듯 하다.


노롯코열차가 기적소리와 함께 멀어지고, 떠들석한 단체관광객들도 플랫폼을 빠져나가자 어느새 비바우시역에는 정적이 흐른다.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들려오는 드넓은 비에이의 초원에 나 혼자 남겨지니 기분이 무척 오묘했다. 

이제 4시간 후 후라노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전까지 이 넓고 푸른 들판을 마음껏 둘러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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