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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4북해도

홋카이도 기차여행 - 5. 하코다테 : 새벽의 신선함, 아침시장 '아사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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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기차여행 - 5. 하코다테 : 새벽의 신선함, 아침시장 '아사이치'



이른 아침의 하코다테


아침 일찍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잠에서 깬다. 

삿포로로 향하는 8시 13분 기차를 타기 전 새벽 수산시장인 '아사이치'를 들를 계획이기에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한다. 

샤워를 하고 나와 창밖을 보니 도로는 텅 비어있고 노면전차만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이른 시간이지만 하늘은 이미 밝다. 서울보다 위치상으로 동쪽이라 해가 빨리 뜨는 듯한 기분. 

6시 30분에 체크아웃을 마치고 아시이치로 향한다. 시내도 구경할 겸 큰길 대신 골목길을 통해 하코다테역까지 걷는다. 

이른 아침의 하코다테는 무척이나 고요하다.


  숙소를 나설 때는 언제나 아쉬운 기분이 든다.


  항상 느끼는 생각이지만, 일본의 거리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깨끗하다.


  이른 아침의 텅 빈 도로위 노면전차에는 두 세 명의 부지런한 승객만이 타고있었다.


하코다테의 새벽을 여는 아침 수산시장 '아시이치'



하코다테 역 앞에서 주지가이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아침 수산물 시장인 '아시이치'를 만날 수 있다. 

아사이치는 새벽에 열리고 오후 일찍 닫히기에 한바퀴 둘러본 뒤 해물덮밥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편이 가장 적절하다.

이곳에서는 오늘 새벽 잡힌 신선한 수산물이 거래되는데,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부지런한 상인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정리정돈을 중요시하는 일본답게, 쉽게 지저분해질 수 있는 수산물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상자 하나까지 철저히 정리정돈 되어있었다.


하코다테 아사이치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해산물은 바로 '털게'인데, 한국에서 흔히 보던 꽃게와는 달리

털게는 껍질을 붉은 색의 짧은 털이 덮고 있어 신기한 모양새였다.


  똑같은 털게같지만 가격은 상자별로 모두 다르다.


  아사이치 한켠에서는 건어물도 판매하고 있었다. 기념품삼아 하나정도 사갈까 했지만 3일 내내 보관하기가 껄끄러울 것 같아 관뒀다.


털게와 오징어 등 수산물을 파는 시장 골목을 지나면 아사이치의 명물인 덮밥골목 '돈부리 요코초'를 만날 수 있다.

돈부리 요코초에서는 해산물 덮밥인 '카이센동'을 즐길 수 있는데, 비릴 것 같다는 걱정과는 달리 무척이나 맛있었다. 

골목에 들어서자 마자 상인들의 호객행위가 시작되는데, 가격대도 모두 비슷하고 맛도 비슷하니 적당히 끌리는 집으로 들어가면 된다.

식당 앞의 메뉴판을 살펴보고 있자니 외국인인 걸 눈치챈 아저씨가 "칸코쿠진 데스까?(한국인이세요?)"하고 물어온다.

"하이(네)" 라고 답하니 "안녕하세요, 좋은아침입니다" 하고 어설프게나마 인사해주신다. 그만큼 한국인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는 뜻.


정겨운 아저씨와 손짓발짓 써가며 카이센동 3색(성게알, 연어알, 가리비) 메뉴를 추천받고 식당 안쪽으로 들어섰다.

길쭉한 1인용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가게를 빙 둘러보니 영화 등에서 가끔 봐왔던 전형적인 일본풍의 식당 분위기다.

아침식사를 하러 온 관광객들도 보였고, 일터로 가기 전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 듯 한 직장인도 보였다.


  취재를 나왔는지 카메라맨이 식당 이곳저곳을 촬영하고 있었고, 리포터로 보이는 남성은 사장님과 이런저런 인터뷰 중이었다.


  식당 곳곳에 붙어있는 유명인사의 싸인과 사진. 유명인들도 많이 찾는 식당인가보다.


10분정도 기다리니 주문했던 3색 카이센동이 나왔다. 한국인 관광객답게 먹기전 음식사진은 역시 필수다.

밥 위에는 가리비와 성게알, 연어알이 올라가고, 취향에 맟게 간장을 풀어서 비벼먹으면 된다. 

직접 맛보니 부드러운 가리비와 톡톡 터지는 연어알의 맛이 일품이었다.

사실 아침부터 해산물을 먹자니 비린 맛이 강할 것 같아서 걱정되었지만 생각보다 무척 신선하고 맛있었다.


  신선한 맛이 일품이었던 3색 카이센동.


카이센동을 싹싹 비우고 계산을 한 뒤 기차시간까지 남는 시간동안 시장을 한바퀴 돌아본다.

시장에는 먹거리가 무척이나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붉은 색의 멜론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호박을 연상케하는 겉모습 때문에 처음에는 웬 호박을 저렇게 팔고 있나 하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노점 옆에 melon이라 써져있는 판넬을 못봤다면 그대로 지나쳐버렸지도...

100엔 짜리 조각을 사먹었는데,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멜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연두색 멜론보다 훨씬 달고 시원했다.



  기차타러 하코다테역으로 향하는 길에 산 소프트크림. 북해도 여행에서 소프트크림이 빠질 수 없지.



굿바이, 하코다테


하루라는 짧은 시간동안 머물렀던 하코다테. 

하루만 머물고 가는 일정상 많은 곳을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떠나는 발걸음은 너무 아쉬웠다. 

아름다운 베이 에리아와 가네모리 창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모토마치 언덕길, 보석같은 야경을 볼 수 있었던 하코다테야마,

무척 맛있었던 럭키삐에로 버거, 덜컹덜컹 여유롭게 달리는 시덴까지. 하코다테에서 머물렀던 1분 1초를 모두 추억으로 남긴 채

삿포로로 향하는 특급열차에 몸을 싣는다.


  오른쪽 전광판에 대가 탈 열차가 표시되고 있다. 8시 13분 출발 삿포로행 슈퍼호쿠토 3호열차.


  앞쪽의 푸른색 열차가 삿포로까지 이용할 슈퍼호쿠토 특급열차. 뒷편의 초록색 열차는 혼슈의 아오모리로 향하는 열차라고 한다.


  날렵한 모습의 슈퍼호쿠토. 세련된 모습과는 다르게 달릴때 버스처럼 부릉부릉거려서 살짝 시끄럽던...


  삿포로까지 지정석 예매를 하려고 했지만 이미 만석이라 해서... 어쩔수 없이 저 멀리있는 자유석칸에 앉아서 가야한다.


자유석 칸에 오르니 아침 열차인데도 승객이 무척 많았다. 하나 남은 빈 자리를 운좋게 잡아 자리를 잡는다.

하코다테에서 삿포로 까지는 약 3시간이 소요되는 긴 여정이다. 발차시간이 되고, 슈퍼호쿠토 3호는 삿포로를 향해 출발한다.

차창밖으로 하코다테의 도시 풍경이 흘러가고, 근교가 흘러가고, 이윽고 아무 것도 없는 들판이 펼쳐진다.

3시간 후에는 어떤 낯선 풍경을 마주치게 될지, 설레는 마음에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굿바이, 하코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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