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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4북해도

홋카이도 기차여행 - 8. 오타루 : 아련한 아름다움, '러브레터'의 오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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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기차여행 - 8. 오타루 : 아련한 아름다움, '러브레터'의 오타루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잘지내나요? 나는 잘 지내요!)" - 영화 러브레터 中

눈내린 겨울날, 약혼자가 잠들어있는 산을 바라보며 이 아련한 대사를 외치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러브레터'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이 장면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또 일본어를 하지 못하더라도 '오겡끼데스까?'라는 말 정도는 알 정도로 무척 유명한 장면인데,

그 배경이 된 곳은 삿포로에서 30분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오타루'라는 도시이다.



삿포로역에서 오타루역까지는 쾌속열차로 30분정도 소요된다.

오타루까지 일반열차를 이용해도 되지만 신치토세 공항까지 왕복하는 공항 쾌속열차가 오타루역을 기점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쾌속열차의 지정석을 미리 예약하여 오타루까지 편히 앉아서 여행할 수 있었다.


  공항쾌속 열차의 지정석 객실. 혼잡한 일반실과는 달리 조용한 분위기이고, 좌석도 일반석보다 넓어서 편하게 이용했다.


  미나미오타루에 도착.

30분 정도 달렸을까, 잠시 후 미나미오타루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슬슬 내릴 준비를 한다.

오타루를 여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오타루역에서 내려서 주요 포인트를 돌아본 뒤 다시 오타루역으로 향하는 방법과

한 역 전인 미나미 오타루역에서 내려 주요 포인트를 구경하고 오타루역에서 삿포로행 열차를 타는 방법.

오타루의 주요 관광지가 미나미오타루와 오타루 사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미나미오타루에서 내리는 편이 동선도 짧아지고 시간도 많이 절약된다.



  미나미오타루역 역명판. 오타루역 남쪽에 있는 역이라 미나미오타루(남부 오타루)역이라고 이름붙여진듯 하다.



아름다운 선율, 오타루 오르골당



미나미오타루역을 빠져나와 역 앞의 모퉁이를 돌고 내리막길을 따라 쭉 걸어간다. 멀리 메르헨 교차로가 눈에 들어온다.

내리막 양 옆으로는 조용한 주택가인데, 그 평범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평화롭다.

오르골당이 있는 메르헨 교차로를 기점으로 상점거리인 '사카이마치 도리'를 따라 쭉 걸어가면 오타루 운하를 마주하게 된다.

오타루는 대부분의 구경거리가 사카이마치도리와 운하 주변에 몰려있기 때문에 메르헨 교차로에서 사카이마치 도리를 거쳐

오타루 운하를 둘러본 뒤 츄오도리(중앙로)를 따라 오타루역까지 향하면 오타루의 8할을 둘러보는 셈이다.

좀만 더 무리한다면 '오겡끼데스까'장면의 배경이 된 텐구야마 스키장도 둘러볼 수 있겠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이제 오타루 여행의 시작점, 오르골당으로 향한다.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메르헨교차로까지 이어지는 내리막길. 멀리 사카이마치도리가 보인다.


  오타루 오르골당

창고건물을 개조하였다는 오타루 오르골당에 도착하자마자 "뚜-"하는 이상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알고보니 15분마다 증기로 멜로디를 연주한다는 시계탑에서 나는 소리였다.

오타루 오르골당에서는 15000개 정도의 오르골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최대 규모라고 하니, 그 내부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증기로 멜로디를 연주하는 오르골당 시계


  오르골당의 내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우와"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수천가지 오르골들이 진열되어 각자의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앤틱스타일 오르골부터 캐릭터 오르골, 대형 오르골, 스시모양 오르골까지 다양한 오르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는 오르골의 소리를 듣고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피아노의 선율은 '예술'이지만 오르골의 선율은 '감동'이다. 오르골의 소리는 피아노 등 다른 화려한 악기보다는 볼품없지만 

그 작은 선율 속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



  태엽을 돌리면 회전목마가 돌아가며 소리가 나던 오르골


  스시모양의 재미있는 오르골도 있었다.


  오르골당 앞의 시계탑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오르골.


기념품으로 살 오르골을 고르다가 오르골당 앞의 시계탑을 본뜬 오르골이 눈에 띄었다.

다른 반짝반짝한 오르골보다는 투박하지만 이곳에서의 추억을 가장 잘 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시계탑모양 오르골로 구입했다.

4100엔이라는 거금을 계산하고 기분좋게 사카이마치도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기자기한 상점거리, 사카이마치도리



  사카이마치도리의 시작점, 메르헨 교차로


오타루 운하까지 이어지는 1km의 사카이마치도리 양 옆으로는 각종 기념품점, 수공예점, 커피숍, 디저트점 등이 쭉 들어서있어

흡사 인사동 거리를 보는 느낌이다.

거리를 따라 이어져있는 상점들이 하나같이 아기자기해서 그냥 둘러보는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웠다.

이곳의 많은 상점들은 오타루가 무역항으로 번성하던 시절에 지어진 창고 건물들을 리모델링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곳을 걷다 보면 100년 전의 오랜 풍경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수제 초콜릿 전문점인 '르타오'. 오타루를 거꾸로 읽으면 르타오가 되고, 이를 프랑스어처럼 이름붙인게 바로 Le TAO


  디저트 전문점 '롯카테이' 눈꽃이라는 뜻의 이름이라고 한다.

 

  롯카테이에서 구입한 초콜릿. 조그마한 초콜릿인데도 무늬가 무척 섬세하다.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하고, 사카이마치도리에도 저녁이 찾아온다.

 


  음식점골목인 '데누키코지'


오타루의 상징, 오타루운하



이곳저곳 구경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사카이마치도리의 종점이다. 지도를 살펴보니 오타루운하가 바로 옆이라고 한다.

오타루운하를 향해서 3분정도 걸으니 식당골목인 데누키코지가 나타나고, 이윽고 오타루의 하이라이트, 오타루운하가 눈앞에 펼쳐진다.

저녁무렵 푸른빛의 하늘과 가로등 불빛이 운하에 반사되어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해가 떨어지고 날씨도 선선해졌겠다, 운하 가장자리의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걸어본다.

운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커플들, 가족단위 여행객들,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세팅하는 사진기사 등

이 모든 모습들이 한 여름밤의 꿈처럼 다가온다.


  운하 왼편은 산책로로 쓰이고있고 오른쪽 창고건물들은 레스토랑이나 펍 등의 용도로 쓰이고있다.




점점 어스름이 내리는 오타루 운하의 풍경은 너무도 운치있다.

운하를 횡단하는 다리 위에서 잔잔히 물결치는 운하와 그 위에서 반짝이는 가로등 불빛들을 한동안 바라본다.

감상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한참동안 운하를 보고 있었다.


  초점을 확 풀어 보케사진도 만들어보고...


  운하 옆의 운치있는 레스토랑. 다음에 오타루에 다시 오게된다면 꼭 들러보고싶다.


다시 삿포로를 향해서


오르골의 아련한 선율과 사카이마치도리의 아기자기한 상점가, 아름다운 오타루 운하까지

고작 두 시간 반 남짓했던 오타루에서의 여행은 무척이나 많은 추억을 안겨주었다.

이제 짧은 시간 좋은 추억들을 남겨주었던 오타루를 떠날 시간...

떠나기 아쉽지만 언젠가는 꼭 다시 오겠다고, 다음을 기약하며 오타루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저녁이 되니 더 활기를 띄는 듯 한 데누키코지.




  구 일본은행 건물. 오타루역으로 향하는 길목에도 이런 멋진 건물들이 눈에 띈다.


  쇼다이도리를 따라 올라가나가 미야코도리 시장골목으로 들어간다. 이른시간인데도 무척 한산하다.



  15분정도 걸어 오타루역에 도착. 


오타루역에 도착해 전광판을 확인하니 삿포로행 로컬열차는 25분 뒤에나 출발한다고 한다.

홈으로 올라가 벤치에 앉으니 하루 동안 걸어다닌 피로가 확 몰려온다.

오늘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열차진입 안내방송이 홈에 울려퍼지고, 이윽고 삿포로까지 이용할 로컬열차가 도착한다.

열차에 올라 자리를 잡으니 곧 출입문이 닫히고, 열차는 서서히 오타루역을 빠져나간다.


여행기를 쓰는 지금, 문득 지금의 오타루는 어떤 풍경인지 궁금해진다. 

"오겡끼데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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