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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4북해도

홋카이도 기차여행 - 9. 삿포로 : 삿포로의 화려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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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기차여행 - 9. 삿포로 : 삿포로의 화려한 밤


"마모나쿠, 삿포로 에키데스.(잠시후 삿포로역입니다.)"

카메라의 사진들을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삿포로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차내에 흘러나온다.

깜깜했던 차창 밖은 금세 대도시의 화려한 불빛들로 가득해졌다. 

가방을 챙겨 내릴 준비를 하려니 저녁시간이 한참 지난시간이라 무척 배가 고팠다.

저녁식사로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여행책에서 본 저렴한 회전초밥집 '네무로 하나마루'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한다.


회전스시 네무로 하나마루


네무로 하나마루는 저렴한 가격으로 스시를 즐길 수 있어 삿포로의 시민들이 많이 찾는 회전초밥집이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많이 참고했던 'Enjoy홋카이도'에도 소개된 곳이라서 한국인 여행객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삿포로역 역무원에게 레일패스를 보여주고 게이트를 빠져나와 일단 역 바깥으로 나오니 

각종 조명으로 화려해진, 낮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삿포로역이 반겨준다.


  낮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삿포로역


삿포로역 건물 위에 있다는 스텔라 플레이스로 가야하는데... 입구가 어디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한참을 헤매다가 JR타워 입구를 통해 우여곡절끝에 스텔라 플레이스에 입장.

스텔라 플레이스는 용산역의 아이파크몰처럼 역사 건물 내에 식당이나 각종 쇼핑시설 등이 입점해있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옷가게와 악세서리샵을 지나 조금 걷다보니 식당가가 나온다. 멀리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는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멀리 보이던 긴 줄은 네무로 하나마루의 웨이팅이었다. 안내판을 보니 대기시간은 30분정도 걸릴거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펜을 들고 대기인 명부에 이름을 쓰려는데 히라가나가 즐비한 명부를 보고 순간 당황했다. '아 여기는 일본이었지.'

일본어라고는 전혀 쓸 줄 모르고 한자로 내 이름을 적는다 해도 그걸 읽는 방법이 다르니 이름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 난감했다.

짧은 고민 끝에 'Jun'이라고 영어로 이름을 올려놓고 순서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식당의 분위기는 무척 활기차다.

20분정도 기다리니 안내하는 종업원이 '준상!'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식당 안쪽의 의자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안내해준다.

식당 안쪽으로 발을 들여놓자마자 종업원들이 일제히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하고 외친다.

식당의 분위기를 쓱 둘러보니 역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스시집처럼 무척 분주하고 활기차다.

셔츠를 입고있는 남자 손님들이 많은걸 보니 현지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많이 찾는 듯 하다.


5분 정도 기다린 뒤 자리에 앉는다. 자리마다 비치된, 따뜻한 음용수가 나오는 수도꼭지와 녹차분말가루가 눈에 들어온다. 

먼저 먹은 스시의 뒷맛을 녹차로 깔끔히 제거해 준 뒤 다른 스시를 먹는 것이 여러 종류의 스시를 즐기는 방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초밥집에서 보통 미소된장국이 서빙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무튼 컵에 녹차분말을 넣고 뜨거운물을 부어준 뒤 완성된 녹차를 한 모금 마신다. 확실히 입 속이 개운해진다.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초밥을 가져가거나 테이블의 주문서로 요리사에게 직접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외국인이 많이 찾아서인지, 일본어를 할 수 없다고 하니 알아서 외국어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접시당 가격은 130엔부터 420엔까지.


  이곳의 횟감은 후쿠시마 지방 해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오타루의 해산물을 사용한다. 



삿포로의 야경을 한눈에, T38 전망대


식사를 마치고 삿포로의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T38 전망대로 향한다.

T38은 삿포로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JR타워의 38층에 위치하고 있다.

마감시간까지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라서인지, 둘러보니 전망대로 향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사람이 없어서 무척 고요한 T38입구


  T38입장료는 대인 기준 720엔


데스크에서 입장권을 사고 직원이 안내하는대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꼭대기층에 가까워지니 엘리베이터 조명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이윽고 엘리베이터는 꼭대기인 38층에 멈춰선다.

문이 열리자마자 삿포로의 눈부신 야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무척 화려한 삿포로의 야경 - 삿포로역 북쪽출구 방향.

38층이라는 비교적 낮은 층의 빌딩인데도 삿포로시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물결은 동서남북으로 격자모양을 이루고, 끝없이 이어지는 빛의 줄기는 저 멀리서 지평선을 비추고있다.


  삿포로역 동쪽 방향 풍경


제 갈길을 찾아가는 자동차의 불빛들과 교차로의 신호등, 유유히 지나가는 통근열차의 전조등, 화려하게 반짝이는 번화가의 네온싸인 

수만개의 불빛이 모두 각자의 빛을 밝히고 있다. 시야에 들어오는 도시의 모습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같은 인상을 준다.

삼각대를 숙소에 놓고온 것을 후회하면서, 흔들리지 않게 조심하며 풍경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멀리 스스키노의 화려한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스스키노의 밤거리


아름다웠던 야경을 뒤로하고 다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며 어두웠던 조명이 점점 밝아지고, 이내 입구층에 도착한다.

시내를 좀 더 둘러보고 싶지만 내일 아침에 아사히카와로 향하는 아침 특급열차를 타야 하므로 슬슬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에키마에도리를 따라 15분 정도 걷다보니 어느새 삿포로 최대의 번화가, 스스키노에 도착했다.

스스키노의 진면목은 해가 떨어진 뒤에 비로소 나타난다. 도쿄 이북 최대의 유흥가답게 스스키노의 밤은 무척이나 화려하다.


  건물들은 서로 경쟁하듯 눈부시게 빛나고, 광고판 속 닛카 아저씨 역시 화려한 조명을 배경으로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스스키노의 밤거리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밤을 즐기고있다.




하루 종일 걸어서일까, 피곤함 때문에 아쉽게도 스스키노에 대한 기억은 뚜렷하지 않다.

다음에는 좀 더 여유롭게 이 곳의 분위기를 즐겨봐야지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불이 꺼지지 않는 스스키노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게스트하우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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