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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4북해도

홋카이도 기차여행 - 4. 하코다테 : 세계 3대 야경의 아름다움, 하코다테 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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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기차여행 - 4. 하코다테 : 세계 3대 야경의 아름다움, 하코다테 야마


세계에서 야경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세 도시가 있다. 홍콩과 나폴리, 그리고 하코다테.

하코다테의 야경은 마천루가 솟아있는 홍콩처럼 화려하지도, 나폴리처럼 우아하지도 않다.

그러나 별처럼 반짝이는 하코다테의 수수한 아름다움은 보는 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였다.



하코다테 로프웨이


하코다테의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하코다테 야마(山) 정상까지는 '하코다테 로프웨이'라는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모토마치에서 동쪽으로 5분정도 걷다보면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서있는 주차장이 있고, 그곳에서 계단을 오르면 케이블카 정류장이 있다.

하코다테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명소 답게 정류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일본인 커플들, 한국인 가족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세계 3대 야경을 직접 보러간다는 설렘만큼은 국적과 상관없이 동일하겠지?


  산 정상까지 이어진 케이블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이는 케이블카


대기열이 꽤나 길었지만 큼직한 케이블카가 산 정상까지 부지런하게 왕복하기에 줄은 금방금방 줄어든다. 

20분 정도 기다린 후 드디어 케이블카에 탑승. 짧은 기적소리와 함께 케이블카는 하코다테야마 정상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창 밖으로 모토마치 일대의 멋진 모습이 펼쳐진다.


  케이블카 탑승권은 1080엔. 시덴 1일 탑승권이 있다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정류장으로 들어오고있는 케이블카. 한번에 무척 많은사람들이 들어간다.


  케이블카가 정류장을 출발하자마자 펼쳐지는 하코다테 시내의 모습. 바로 앞에 하치만차카 언덕이 보인다.



하코다테 야먀


케이블카가 모토마치를 떠난지 5분 정도 지났을까. 케이블카의 속도가 줄기 시작하고 눈 앞에 하코다테산 정상이 나타난다.

은은한 조명으로 꾸며져 있는 정류장을 지나 계단을 몇 층 정도 오르면 하코다테야마의 전망대에 도착한다.

해 지는 시간을 고려하여 나름 일찍 도착했는데도 전망이 좋은 포인트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하다.

'저 사람들은 도데체 언제부터 와있었던 걸까'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온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구석진 자리에 삼각대를 펼친다.

전망대에서는 하코다테역과 베이 에리아, 가네모리 창고 등 아까 둘러봤던 곳부터 멀리 하코다테 공항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하코다테 동쪽 해안도로. 하코다테의  아름다운 야경은 화려한 네온싸인이 아닌, 하코다테 시민들의 일상이 만들어낸다.


날씨가 맑았다면 좋았겠지만 멀리서부터 비구름이 몰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비를 한 두 방울 뿌리기 시작한다.

뭐, 아무렴 어떤가. 햇빛을 구름이 막고있어 일몰의 따뜻한 색 대신 푸른 빛이 깃들며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그에 맞춰 하코다테의 불빛은 점점 반짝이기 시작한다.

도시 양쪽 해안도로 너머의 캄캄한 바다와 시내의 불빛이 대비되어 야경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준다.

카메라 뷰파인더 너머로 보이는 하코다테의 야경은 Sparkling jewelry box 라는 소개글처럼, 반짝이는 보석 상자를 보는 듯 하였다.



내려가는 사람은 없는데 사람들은 계속 올라오고, 전망대는 거의 포화상태가 되어간다.

하늘에서는 부슬비가 내리는데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야경을 보기위해 전망대에 올랐다.

한 자리에 계속 있자니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틀에박힌 하코다테 야경사진과는 다른 구도로 담아볼 겸 자리를 옮겨서 찍기 시작한다.



  해가 질수록 시내의 불빛은 더욱 반짝인다.


  친구들끼리 온 듯 한 일본 학생들. 하코다테 야경이 이 학생들에게 어떤 추억으로 남을지


  도시 양쪽의 깜깜한 바다가 야경을 더욱 아름답게 부각시켜준다. 이 점이 바로 하코다테 야경의 메리트.


  하코다테 역전과 멀리 고료카쿠의 번화가를 제외하곤 모두 한적한 주택가의 모습이다.



모토마치의 야경


북적이는 하코다테산 전망대를 뒤로하고, 내려가는 케이블카에 몸을 싣는다. 케이블카가 산 밑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방금 전까지 내려다보았던 하코다테의 야경이 창문 너머로 점점 가까워진다. 수많은 별이 나를 향해 쏟아지는듯한 기분이다.

하루 종일 걸어다니느라 무척 피곤하지만 호텔로 바로 향하기는 살짝 아쉬워서 모토마치 일대를 한번 더 걷기 시작한다.

8시가 조금 넘은 모토마치의 밤 풍경은 무척 고요하다. 하코다테산 전망대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모토마치를 걷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비추고있는 모토마치의 밤거리는 텅 비어있고 

이따금씩 멀리서 노면전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아는 이라곤 한명도 없고 말조차도 통하지 않는 외국의 거리를 나홀로 걷다보니 왠지 모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조명이 비춰지고 있는 성 요하네 교회. 주변이 조용해서 그런지, 오후때 봤을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하치만차카 언덕

길을 따라 걷다보니 하치만차카 언덕이 나타난다. 낮에는 그토록 북적이던 하치만차카도 해가 저문 후에는 적막하다

가로등 불빛이 비춰주고 있는 길과 멀리 하코다테 항구의 야경이 어우러져 무척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하치만차카의 진정한 매력은 낮 시간이 아닌 저녁풍경이었다.


 

  아기자기한 모양새의 가정집



  베이 에리아의 가네모리 창고에도 조명이 비춰지고 있었다. 밤에 다시 만난 가네모리 창고 역시 새로운 느낌이다.


  베이에리아 한켠에 정박되어 있는 화려한 유람선. 배를 타고 밤의 하코다테항을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낭만적일 듯 하다.


모토마치에서 걷느라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일까, 베이에리아에 도착해서는 거의 탈진하다시피 하였다.

다른 것들은 모두 필요 없고, 오직 시원한 맥주 한잔이 너무 절실히 생각났다. 

근처에서 만만한 선술집을 찾으려 했지만 거의 다 문을 닫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서 할 수 없이 전차를 타고 하코다테 역전으로 향한다.

전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자카야를 발견하고, 거의 본능에 이끌리다시피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홋카이도 한정 맥주인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와 감자튀김. 


일본어는 히라가나조차 읽지 못하지만 가게 입구의 메뉴판에 그림과 가격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편리하게 주문 할 수 있었다.

경비가 빠듯했던지라... 제일 싼 메뉴였던 감자튀김과 오직 북해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인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를 주문했다.

갈증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맛본 삿포로 클래식은 여태 먹어본 맥주들 중 가장 시원하고 맛있었다.

단숨에 한 잔을 비우고, 한 잔 더 추가해서 마신 뒤 계산을 하고 기분좋게 가게 문을 나섰다.


이렇게 하코다테에서의 긴 하루도 끝이 났다.

이제 내일은 아침시장에서 해물덮밥을 맛본 뒤 홋카이도의 심장, 삿포로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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