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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14북해도

홋카이도 기차여행 - 6. 삿포로 : 북해도의 심장에서의 첫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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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기차여행 - 6. 삿포로 : 북해도의 심장에서의 첫 발걸음


어제밤의 여독이 아직 덜 풀려서일까. 기차가 하코다테를 출발하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두시간 넘게 정신없이 자다가 굉음소리에 놀라 창밖을 바라보니 바로 옆에서 일본 항자대의 전투기가 날아오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인가 싶어 도로 표지판을 보니 삿포로의 관문인 신치토세 공항이 바로 근처라고 한다. 

여행의 두 번째 도시인 삿포로가 멀지 않았다.




  하코다테에서 삿포로까지 먼 거리를 달려온 슈퍼호쿠토 특급

이윽고 열차는 삿포로역에 정차한다. 북해도에서 가장 크고 번화한 도시인 삿포로 답게 역 규모도 무척 크다.

조용했던 하코다테와는 달리 이곳은 활기찬 도시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계단을 내려가 개찰구를 나오니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과연 북해도의 심장 답구나.


들고다니기엔 짐이 많으므로 일단 숙소인 게스트하우스 '삿포로 인 나다'에 들러 체크인 후 짐을 두고 오기로 한다.

삿포로역과 거리가 좀 되는 숙소를 예약해서(두고두고 후회했다) 스스키노 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한다.

삿포로 최고 번화가인 스스키노역 까지는 삿포로 시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난보쿠센(남북선)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면 된다.

오후시간인데도 지하철은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미안할 정도로 꽉 차 있었다.


스스키노 역에서 빠져나오니 스스키노의 상징이자 삿포로의 상징과도 같은 기린 광고판과 닛카 아저씨가 보인다.

도톤보리에서 팔을 벌리고 달리는 글리코 아저씨가 오사카의 상징이라면 위스키를 마시는 닛카 아저씨가 삿포로의 상징인 셈이다.

스스키노가 삿포로 최고의 번화가라 하지만 한낮의 스스키노는 오히려 평온하다.


  낮에는 그저그런 대관람차이지만 밤에는 무척 화려한 빛을 발하던 노리베사 대관람차

  하늘에는 MetLife의 광고용 비행선이 떠다닌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숙소 '삿포로 인 나다'는 생업에서 은퇴한듯한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다.

땡볕에서 15분정도 걸어와서 땀을 흘리고 있으니 아주머니께서 차가운 우롱차를 권한다.

목을 축이고 있으니 사장님께서 이용규칙 등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계단 위의 방으로 안내해주신다.

계단을 오르며 살펴본 내부는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듯 한 모습이었다. 방에는 나 외에 4명의 여행객들이 더 있었다.



방에 짐을 대충 풀고 삿포로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스스키노와 숙소는 가까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멀었기에... 다시 걸어갈 생각에 눈앞이 살짝 캄캄해진다.


  삿포로 인 나다는 번화가와 조금 떨어진, 이런 주택가에 있었다.


  스스키노까지 걸으며 삿포로의 풍경을 구경중. 이곳에도 노면전차가 있다.


스스키노에 도착하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하긴 하코다테에서 카이센동을 먹은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점심을 해결할 겸 삿포로의 명물 먹거리인 미소라멘을 먹으로러 라멘요코쵸(라멘골목)으로 향한다.

삿포로에는 먹거리가 무척 많고 그 중에서도 라멘이 유명하다.

이곳의 라멘은 크게 3종류로, 미소(된장)라멘, 쇼유(간장)라멘, 그리고 시오(소금)라멘이 있고 그 중 미소라멘이 가장 인기있다.

스스키노 뒷편으로는 간소 라멘 요코쵸(원조 라멘 골목)이 들어서있어 홋카이도 라멘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인기를 보고 근처에 신 라멘 요코쵸가 생겼지만, 진짜 라멘골목은 노란 간판의 '간소라멘요코쵸'라고 한다.


  노란 간판의 '간소 라멘 요코쵸'. 골목길 양 옆으로 조그마한 라멘집이 쭉 들어서있다.


라멘요코쵸에 들어서니 일본이라기 보다는 홍콩의 뒷골목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좁은 골목집 양 옆으로 라멘 전문점이 이어져있는데, 식당 한 두 군데만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고

나머지 식당들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거의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이라는점.


사실 라멘 맛은 라멘 골목의 어느 식당을 들어가나 비슷할텐데 운좋게 여행책자에 소개된 식당만 사람이 북적이고,

나머지 식당은 텅 비어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측은지심 아닌 측은지심(?)이 들기도 하고 사람많아 정신없는 분위기가 아닌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고 싶기도 해서 

손님이 없는 라멘집을 가야겠다! 결심하고 빈 라멘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들어가게 된 '텐호우'


혼자 주방을 지키고 있던 청년이 "이랏샤이마세-!"하며 맞이해준다. 

미소라멘을 주문하며 혹시 식당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니 흔쾌히 수락해주신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전형적인 일본 식당의 모습. 테이블 바로 앞에 주방이 있어 라멘이 요리되는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일인용 테이블에 앉아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TV프로그램을 멍하니 보고있으니 어느새 완성된 미소라멘을 건내주신다. 

어디선가 미소라멘이 느끼하고 짜다는 글을 보았는데, 직접 먹어보니 살짝 짭짤하긴 했지만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돼지고기 수육(차슈)도 부드러웠고 무엇보다도 깊은 맛의 국물이 너무 맛있었다.


라멘집의 친절했던 청년에게 라멘값을 지불하고 인사를 나눈 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스스키노에서 삿포로역을 향해 조금 걷다보니 삿포로 최대의 상점가인 '다누키코지'가 나타난다.

다누키코지는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그 길이가 약 1km에 달하는 거대한 아케이드로

길을 따라 식당, 100엔샵, 오락시설 등수많은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다.

오타루까지 타고 갈 열차시간 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므로 소화도 시킬겸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TAITO의 게임센터


  거창한 겉모습과는 달리 게임의 종류는 그닥 많지 않았다. 그 중 가장 신기했던 기타연주 리듬게임.



  삿포로 중심 아케이드 답게 평일 오후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미국 서부영화의 펍을 연상시키는 외관디자인


  물건이 빼곡히 들어차있는 드럭스토어도 있다.



혼자서 삿포로 시내를 여유로이 걷고 있자니 점점 이 낯선 도시에 적응해가는 기분이 든다.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 즐기는 여유는 언제나 즐겁다. 이런 낯선 여유가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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